양자 컴퓨팅
반짝임 그 이상: 다이아몬드의 결함이 만드는 초정밀 양자 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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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NV 센터를 활용한 양자센싱 및 이미징 연구의 기초부터 응용, 산업 활용까지의 예(출처: K. Kim et al., Advanced Photonics 7, 064002(2025), https://doi.org/10.1117/1.AP.7.6.064002)
“고려대 이동헌 교수, 양자 센싱·이미징 연구의 최전선 - 양자 기술은 기초와 응용이 동시에 춤추는 독특한 분야”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이동헌 교수가 이끄는 Quantum Sensing and Imaging (QuSI) 연구실은 다이아몬드 내 '양자 결함'이라는 특별한 큐비트를 활용해 양자 센싱 및 이미징이라는 두 분야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완벽해 보이는 다이아몬드도 그 결정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많은 원자 결함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이러한 결함들이 핑크 다이아몬드와 같은 보석의 색을 결정하기도 해서 색중심(color center)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연구실의 핵심은 이러한 다이아몬드 속 질소-공극(Nitrogen-Vacancy, NV) 점 결함입니다. 다이아몬드 내부의 이 미세 점결함은 전자의 스핀 상태를 상온에서도 양자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어서 차세대 스핀 큐비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QuSI 연구실은 이 NV 센터의 스핀을 정밀하게 조작하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NV-핵스핀이나 NV-NV 쌍을 이용한 다중 큐비트 기반의 양자 센싱 프로토콜 개발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양자 제어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큐비트의 결맞음 시간을 늘리고, 측정 민감도를 고도화하는 등 실용적인 양자 센서 개발에 필요한 토대를 쌓고 있습니다. QuSI의 연구는 정보 처리를 넘어 미시 세계를 관찰하는 새로운 도구 개발로 확장됩니다. NV 센터를 초민감 센서로 활용해 양자 이미징과 센싱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는데, 특히 다이아몬드 NV 센터를 탐침으로 쓰는 주사 탐침 현미경(Scanning Magnetometry)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를 통해 나노미터 수준의 해상도로 다양한 고체 물질 및 소자의 자기장 분포, 전류 흐름, 스핀 현상을 비파괴적으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첨단 자성 소재나 반도체 소자를 분석하는 데 유용하며, 생체 내 미세 자기 활동 측정이나 단일 분자 수준의 핵자기공명(Nuclear Magnetic Resonance, NMR), 나노-MRI(Magnetic Resonance Imaging) 같은 생의학 응용까지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구 외에도 QuSI 연구실은 양자 기술 교육에 힘쓰고 있습니다. 학생과 일반인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교육용 큐비트 ·양자 센싱·컴퓨팅 기초 실험 장치(QuLIUS)를 개발해 양자 과학의 문턱을 낮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미래 인재를 양성하고 국내 양자 과학기술 생태계를 키우는데 밑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다이아몬드 속, 원자 크기의 ‘큐비트’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다이아몬드는 “완벽하게 정렬된 탄소 격자”로 이루어진 보석입니다. 그러나 QuSI 연구실에서 연구되는 다이아몬드는 일부러 격자를 흐트러뜨립니다. 탄소 자리 하나를 비워 결함(vacancy)을 만들고, 그 옆에 탄소 대신 질소를 심습니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만든 결함 구조는 바로 NV 센터(Nitrogen–Vacancy center)입니다. 얼핏 들으면 단순한 흠결처럼 보이지만, 이 결함은 오히려 다이아몬드 내부에서 전자 스핀을 가진 원자 단위의 양자 큐비트로 기능합니다. 이동헌 교수는 NV 센터를 설명하면서 흥미로운 비유를 들었습니다. “진공에 있는 이온트랩과 중성원자와 거의 동일한유사한 특성을 보이지만, 다이아몬드 안에 있기 때문에 훨씬 컴팩트합니다. 그래서 센서로서의 활용성이 뛰어나죠.” 실제로 NV 센터는 양자센싱 측면에서 고전적인 양자컴퓨팅 플랫폼(초전도체 큐비트나 이온트랩)과 비교해 압도적인여러 장점을 가집니다. 초전도 큐비트는 극저온 냉동기와 복잡한 마이크로파 장치가 필요하고, 이온트랩이나 중성원자는은 초고진공 환경과 다단복잡한 트랩 구조가 필수인 반면, NV 센터는 상온·대기압에서, 별도의 트랩 없이도 안정적으로 동작합니다. 이는 “양자 컴퓨터는 거대한 냉장고 속에 들어있다”는 기존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일상 환경 속 양자 센서의 가능성을 여는 대목입니다. 다이아몬드 표면 가까이에 NV 센터를 배치하면 그 큐비트는 나노미터(nm) 거리에서 일어나는 극도로 미세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어떤 변화일까요? ‘수십 나노미터 거리의 자기장 변동, 국소 온도 변화, 근처 원자핵의 스핀 움직임’ 이 모든 것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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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 큐비트 기반의 양자센싱 실험 셋업 사진
비유하자면, 기존의 자기력 현미경(Magnetic Force Microscopy, MFM)이나 NMR/MRI 같은 장비가 ‘넓은 바다 위 파도’를 관측하는 기술이라면, NV 기반 양자 센서는 한 방울의 물속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흐름까지 읽어낼 수 있는 현미경에 가깝습니다. 단일 분자 혹은 단백질 수준의 구조 분석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방해를 주지 않고 ‘살며시 관찰하는 센서’, 즉 완전한 비파괴 측정이라는 NV 센서의 가장 큰 장점이 실현되는 것입니다. 이 기술이 열어주는 미래는 매우 다층적입니다. 바이오·의료 분야에서는 단백질과 분자 단위의 구조 분석을 가능하게 하여 신약 개발에 새로운 접근을 제공합니다. 생체 내 미세 환경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센서, 나노 의학 기술, 심지어 살아있는 세포 내부를 들여다보는 기술까지도 이론적으로는 NV 센서의 영역에 있습니다. 소재·반도체 분야 역시 큰 변화를 맞이합니다. 배터리 내부의 전류 분포를 10 nm 단위에서 측정하거나, 반도체 공정 중 발생하는 극미세 결함을 비파괴 방식으로 탐지하는 기능은 기존 기술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영역이었습니다. NV 센서는 이 불가능을 현실로 만듭니다. 국방·보안 분야는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지하 구조물 탐지, 극미약한 자기장의 이상 신호 탐지, 정밀 항법 장치 등 NV 센서를 활용한 기술은 이미 미국·유럽·중국에서 개발·제품화가 진행 중이며, 일부는 실제 배치 단계에 있습니다. NV 기반 센서는 ‘고정밀 자기장·중력 측정 기술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플랫폼’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연구실의 성과를 곧바로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동헌 교수는 현실적인 기술적 과제를 명확하게 짚었습니다. “실험실의 거대한 광학·레이저 장비를 현장용, 휴대용 센서로 만드는 과정에서는 민감도가 떨어질 수 있고, 잡음이나 환경 변화에 취약해집니다.” 실제로 NV 센서는 레이저·광학계·마이크로파 장치 등이 정교하게 맞물려 작동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를 손바닥만 한 크기의 포터블 장치로 만들려면, 단순히 부품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광학 정렬, 소자 내구성, 열 안정성, 전자 신호 처리 등 엔지니어링이 필요합니다. “양자 센서가 실제 산업·국방·의료 현장에서 활약하려면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긴밀하게 협력해, 높은 민감도를 유지하면서도 실사용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구동될 수 있는 기술을 완성해야 합니다. 유럽, 미국, 중국은 이미 이 문제를 많이 해결하고며 제품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결국 NV 센서의 성공은 ‘과학자의 양자 물리학적 정교함’과 ‘엔지니어의 견고함’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결합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uSI 연구실은 바로 이 경계면, 기초와 혁신, 실험실과 산업, 나노 구조와 일상 기술에서 새로운 시대의 센서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QuSI 연구실이 꿈꾸는 것 - 단순한 실험실이 아니다
많은 양자 연구실이 “더 많은 큐비트, 더 빠르고 더 깊은 양자 게이트”를 목표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세계적 연구 그룹일수록 경쟁적으로 큐비트 수를 증가시키고, 오류율을 낮추며, 대규모 양자 컴퓨팅의 시대를 앞당기는 데 집중합니다. 하지만 QuSI 연구실의 방향은 조금은 다릅니다. “우리는 5~10개 큐비트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양자 센서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 말은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적 현실과 산업적 필요를 정확히 파악한 전략에서 나온 것입니다. 현재 연구실은 이미 5큐비트 레지스터 기반 양자 센싱 알고리즘을 구현했으며, 2큐비트 간 게이트 연산도 실험적으로 시연했습니다. 다시 말해, 큐비트 수 경쟁에 끼어드는 것이 아니라 NV 센서 플랫폼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향을 중심으로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술적 야심이 낮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QuSI는 “상용화 가능한 소형 양자 센서”라는 매우 현실적이고, 동시에 산업적 파급력이 큰 목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기존 양자 컴퓨팅 중심 연구가 “거대한 냉각기 속 수백 큐비트 시스템”이라는 실험실 중심의 장비를 다룬다면, QuSI는 우리가 실제 손에 들고 사용할 수 있는 양자 센서를 연구합니다. 이는 양자 기술을 일상 속으로 끌어오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교육도 연구의 연장선으로… QuSI가 만든 ‘QuLIUS’
더욱이 흥미로운 점은 QuSI의 목표가 연구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QuSI는 양자 기술의 확장과 저변 확대를 위해 교육 자체를 연구 분야의 일부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 핵심이 바로 최근 연구실에서 자체 개발한 교육용 장비 ‘QuLIUS(Quantum Learning and Instructional Unit for Students)’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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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LIUS를 활용한 양자센싱 대학원 수업 실험 진행 모습
QuLIUS는 기존의 양자 실험 장비와 달리, 대형 광학 테이블이나 고가의 레이저 세트가 필요 없습니다.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연결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장비이며, 학생들은 이 장치를 통해 스스로 큐비트를 제어하고, 신호를 읽고, 실제 센싱 알고리즘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실제 NV 센터 기반 큐비트를 만지고 조작하는 경험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미 고려대 학부·대학원 강의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고등학생 대상 교육에도 투입되었습니다. “양자는 이론 수업으로만 배우면 어렵습니다. 손으로 만지고, 관찰하고, 실험해야 비로소 ‘아, 이런 거구나’ 하고 이해됩니다.” 즉, QuLIUS는 단순한 교육 도구가 아니라, QuSI가 추구하는 ’양자 기술의 일상화, 교육의 실험화’ 라는 철학을 담은 장치입니다.
양자 기술이 ‘느껴지는 기술’이 되는 순간
이동헌 교수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양자 기술에 대한 대중의 오해를 조심스럽게 짚었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양자를 “먼 미래의 기술”, “거대한 연구소 안에서만 가능한 기술”로 생각하지만, NV 센서는 그 인식을 흔들어 놓습니다. “양자 기술은 먼 미래 기술이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서 ‘느낄 수 있는’ 기술이어야 합니다.” 다이아몬드 속 결함 하나, 보석 기준으로는 불량이라 불릴 수도 있는 미세한 구조가, 우리와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고 느껴왔던 나노 세계를 현실과 연결하는 다리로 연결 지었습니다. 그 다리 위에서 QuSI는 기초 물리의 깊이와 산업 현장의 실제 요구가 만나는 지점을 탐구합니다. 대규모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려면 여전히 넘어서야 할 장벽이 많다고 이동헌 교수는 말합니다. 극저온 제어, 오류 보정, 소자 집적 등 기술적 난제들이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그 사이에서 QuSI는 다른 길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작지만 실제로 쓰일 수 있는 양자 장치”라는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으로 경쟁 가능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양자 센서가 먼 미래의 그림이 아니라, 오늘 실현 가능한 도구임을 보여주는 연구실” 지금 이 길은 막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속 작은 결함이 보여주는 세계는 명확합니다. 양자 기술은 어렵고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관찰하고,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로 이미 우리 앞에 와 있습니다. QuSI 연구실이 열고 있는 이 작은 문은 앞으로 양자 기술이 일상 기술로 확장되는 거대한 흐름의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양자 시대 인재에게, 필요한 건 ‘인내’와 ‘열린 마음’
“양자 기술은 지금 ‘기초’와 ‘응용’이 동시에 달리는 마라톤입니다. 그래서 단기 성과만 보지 말고, 긴 시간 인내하며, 또 고전 기술, 반도체, 재료공학, 아니면 생물학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 줄 아는 열린 마음이 필요합니다.” QuSI 연구실은 이 같은 인재를 키우기 위해, 기초 연구와 산업화, 교육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논문을 쓰기 위한 연구실이 아니라, “누구나 양자를 만져보고, 느끼고, 쓸 수 있도록” 하는 연구실. 다이아몬드 속 단 하나의 결함이, 우리가 그토록 멀게만 느껴왔던 나노 세계와 현실 세계를 잇고 있습니다. 기초 물리의 정수와, 산업의 수요가 만나는 지점, 그곳에서 QuSI 연구실은 ‘양자 센서가 먼 미래의 그림이 아니라, 오늘 실현 가능한 도구임을 보여주는 증인’이 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 길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 탐방연구실 : 고려대학교 Quantum Sensing and Imaging (QuSI) 연구실
- 글 작성 : 퀀텀웨이브 학생 기자단 : 박연수(연세대학교) / 김성은(연세대학교) / 이성빈(서울대학교) / 김한결(광운대학교) / 박성근 (고려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