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동의 교차, 지식의 융합
양자정보학의 세계를 탐험합니다
이론적 발견, 기술적 혁신, 그리고 미래의 가능성
양자 큐레이션
Quantum advances and progress
더 많은 내용보기GPS가 사라져도 길을 잃지 않는 법: 양자 자기 항법의 첫 실전 검증
호주 Q-CTRL 연구진이 기존의 GNSS (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기반 항법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여겨졌던 자기장 측정 기반의 항법(MagNav)를 양자 센서를 활용해서 처음으로 실전 적용하는데에 성공했다. 원자 기반의 양자 자기장 센서와 자기장 노이즈 제거 알고리즘을 함께 활용하여 비행과 지상 운행을 모두 성공적으로 수행하였고, 전략급 관성항법장치(INS)보다 매우 뛰어난 위치 정확도를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 양자 센서를 활용한 항법 장치가 실전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고, 이는 앞으로의 양자 센서 연구에 상징적인 결과가 될 것이다.
임영훈 선임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
2025년 12월 22일
전기 회로에서 거시적 양자 터널링과 에너지 양자화의 발견
2025년 노벨 물리학상은 “전기회로에서 거시적 양자 터널링(macroscopic quantum tunneling)과 에너지의 양자화(energy quantization)의 발견”이라는 주제로 세명의 물리학자에게 수여되었다. 이들은 초전도 전기회로(superconducting circuits)라는 거시적인 세계에게 양자 터널링과 에너지 양자화라는 양자역학적 현상을 실험적으로 보여주었으며 양자역학을 미시적 세계(원자)에서 거시적 세계(전기회로)로 가져왔다. 그들의 연구결과는 초전도 양자컴퓨터의 토대가 되었으며 차세대의 양자 기술 발전을 위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구자승 선임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2025년 11월 12일
대규모 오류내성 양자 컴퓨팅을 향한 IBM 로드맵
IBM Quantum 연구팀은 대규모 오류내성 양자컴퓨팅을 위한 로드맵을 2025년 6월에 발표하였다. 로드맵의 주요 목표는 2029년까지 1억개의 논리 연산을 200개의 논리 큐비트에 적용 가능한 양자컴퓨팅 하드웨어 스탈링(Starling)을 개발하고, 이를 확장하여 2000개의 논리 큐비트에 10억개의 오류내성 논리 연산이 가능한 하드웨어 블루제이(Blue Jay)를 2033년까지 개발하는 것이다.
권혁준 교수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2025년 11월 10일
반짝임 그 이상: 다이아몬드의 결함이 만드는 초정밀 양자 센서
이미지 확대보기 다이아몬드 NV 센터를 활용한 양자센싱 및 이미징 연구의 기초부터 응용, 산업 활용까지의 예(출처: K. Kim et al., Advanced Photonics 7, 064002(2025), https://doi.org/10.1117/1.AP.7.6.064002) “고려대 이동헌 교수, 양자 센싱·이미징 연구의 최전선 - 양자 기술은 기초와 응용이 동시에 춤추는 독특한 분야”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이동헌 교수가 이끄는 Quantum Sensing and Imaging (QuSI) 연구실은 다이아몬드 내 '양자 결함'이라는 특별한 큐비트를 활용해 양자 센싱 및 이미징이라는 두 분야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완벽해 보이는 다이아몬드도 그 결정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많은 원자 결함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이러한 결함들이 핑크 다이아몬드와 같은 보석의 색을 결정하기도 해서 색중심(color center)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연구실의 핵심은 이러한 다이아몬드 속 질소-공극(Nitrogen-Vacancy, NV) 점 결함입니다. 다이아몬드 내부의 이 미세 점결함은 전자의 스핀 상태를 상온에서도 양자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어서 차세대 스핀 큐비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QuSI 연구실은 이 NV 센터의 스핀을 정밀하게 조작하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NV-핵스핀이나 NV-NV 쌍을 이용한 다중 큐비트 기반의 양자 센싱 프로토콜 개발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양자 제어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큐비트의 결맞음 시간을 늘리고, 측정 민감도를 고도화하는 등 실용적인 양자 센서 개발에 필요한 토대를 쌓고 있습니다. QuSI의 연구는 정보 처리를 넘어 미시 세계를 관찰하는 새로운 도구 개발로 확장됩니다. NV 센터를 초민감 센서로 활용해 양자 이미징과 센싱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는데, 특히 다이아몬드 NV 센터를 탐침으로 쓰는 주사 탐침 현미경(Scanning Magnetometry)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를 통해 나노미터 수준의 해상도로 다양한 고체 물질 및 소자의 자기장 분포, 전류 흐름, 스핀 현상을 비파괴적으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첨단 자성 소재나 반도체 소자를 분석하는 데 유용하며, 생체 내 미세 자기 활동 측정이나 단일 분자 수준의 핵자기공명(Nuclear Magnetic Resonance, NMR), 나노-MRI(Magnetic Resonance Imaging) 같은 생의학 응용까지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구 외에도 QuSI 연구실은 양자 기술 교육에 힘쓰고 있습니다. 학생과 일반인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교육용 큐비트 ·양자 센싱·컴퓨팅 기초 실험 장치(QuLIUS)를 개발해 양자 과학의 문턱을 낮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미래 인재를 양성하고 국내 양자 과학기술 생태계를 키우는데 밑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다이아몬드 속, 원자 크기의 ‘큐비트’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다이아몬드는 “완벽하게 정렬된 탄소 격자”로 이루어진 보석입니다. 그러나 QuSI 연구실에서 연구되는 다이아몬드는 일부러 격자를 흐트러뜨립니다. 탄소 자리 하나를 비워 결함(vacancy)을 만들고, 그 옆에 탄소 대신 질소를 심습니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만든 결함 구조는 바로 NV 센터(Nitrogen–Vacancy center)입니다. 얼핏 들으면 단순한 흠결처럼 보이지만, 이 결함은 오히려 다이아몬드 내부에서 전자 스핀을 가진 원자 단위의 양자 큐비트로 기능합니다. 이동헌 교수는 NV 센터를 설명하면서 흥미로운 비유를 들었습니다. “진공에 있는 이온트랩과 중성원자와 거의 동일한유사한 특성을 보이지만, 다이아몬드 안에 있기 때문에 훨씬 컴팩트합니다. 그래서 센서로서의 활용성이 뛰어나죠.” 실제로 NV 센터는 양자센싱 측면에서 고전적인 양자컴퓨팅 플랫폼(초전도체 큐비트나 이온트랩)과 비교해 압도적인여러 장점을 가집니다. 초전도 큐비트는 극저온 냉동기와 복잡한 마이크로파 장치가 필요하고, 이온트랩이나 중성원자는은 초고진공 환경과 다단복잡한 트랩 구조가 필수인 반면, NV 센터는 상온·대기압에서, 별도의 트랩 없이도 안정적으로 동작합니다. 이는 “양자 컴퓨터는 거대한 냉장고 속에 들어있다”는 기존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일상 환경 속 양자 센서의 가능성을 여는 대목입니다. 다이아몬드 표면 가까이에 NV 센터를 배치하면 그 큐비트는 나노미터(nm) 거리에서 일어나는 극도로 미세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어떤 변화일까요? ‘수십 나노미터 거리의 자기장 변동, 국소 온도 변화, 근처 원자핵의 스핀 움직임’ 이 모든 것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 확대보기 다중 큐비트 기반의 양자센싱 실험 셋업 사진 비유하자면, 기존의 자기력 현미경(Magnetic Force Microscopy, MFM)이나 NMR/MRI 같은 장비가 ‘넓은 바다 위 파도’를 관측하는 기술이라면, NV 기반 양자 센서는 한 방울의 물속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흐름까지 읽어낼 수 있는 현미경에 가깝습니다. 단일 분자 혹은 단백질 수준의 구조 분석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방해를 주지 않고 ‘살며시 관찰하는 센서’, 즉 완전한 비파괴 측정이라는 NV 센서의 가장 큰 장점이 실현되는 것입니다. 이 기술이 열어주는 미래는 매우 다층적입니다. 바이오·의료 분야에서는 단백질과 분자 단위의 구조 분석을 가능하게 하여 신약 개발에 새로운 접근을 제공합니다. 생체 내 미세 환경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센서, 나노 의학 기술, 심지어 살아있는 세포 내부를 들여다보는 기술까지도 이론적으로는 NV 센서의 영역에 있습니다. 소재·반도체 분야 역시 큰 변화를 맞이합니다. 배터리 내부의 전류 분포를 10 nm 단위에서 측정하거나, 반도체 공정 중 발생하는 극미세 결함을 비파괴 방식으로 탐지하는 기능은 기존 기술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영역이었습니다. NV 센서는 이 불가능을 현실로 만듭니다. 국방·보안 분야는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지하 구조물 탐지, 극미약한 자기장의 이상 신호 탐지, 정밀 항법 장치 등 NV 센서를 활용한 기술은 이미 미국·유럽·중국에서 개발·제품화가 진행 중이며, 일부는 실제 배치 단계에 있습니다. NV 기반 센서는 ‘고정밀 자기장·중력 측정 기술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플랫폼’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연구실의 성과를 곧바로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동헌 교수는 현실적인 기술적 과제를 명확하게 짚었습니다. “실험실의 거대한 광학·레이저 장비를 현장용, 휴대용 센서로 만드는 과정에서는 민감도가 떨어질 수 있고, 잡음이나 환경 변화에 취약해집니다.” 실제로 NV 센서는 레이저·광학계·마이크로파 장치 등이 정교하게 맞물려 작동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를 손바닥만 한 크기의 포터블 장치로 만들려면, 단순히 부품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광학 정렬, 소자 내구성, 열 안정성, 전자 신호 처리 등 엔지니어링이 필요합니다. “양자 센서가 실제 산업·국방·의료 현장에서 활약하려면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긴밀하게 협력해, 높은 민감도를 유지하면서도 실사용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구동될 수 있는 기술을 완성해야 합니다. 유럽, 미국, 중국은 이미 이 문제를 많이 해결하고며 제품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결국 NV 센서의 성공은 ‘과학자의 양자 물리학적 정교함’과 ‘엔지니어의 견고함’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결합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uSI 연구실은 바로 이 경계면, 기초와 혁신, 실험실과 산업, 나노 구조와 일상 기술에서 새로운 시대의 센서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QuSI 연구실이 꿈꾸는 것 - 단순한 실험실이 아니다 많은 양자 연구실이 “더 많은 큐비트, 더 빠르고 더 깊은 양자 게이트”를 목표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세계적 연구 그룹일수록 경쟁적으로 큐비트 수를 증가시키고, 오류율을 낮추며, 대규모 양자 컴퓨팅의 시대를 앞당기는 데 집중합니다. 하지만 QuSI 연구실의 방향은 조금은 다릅니다. “우리는 5~10개 큐비트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양자 센서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 말은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적 현실과 산업적 필요를 정확히 파악한 전략에서 나온 것입니다. 현재 연구실은 이미 5큐비트 레지스터 기반 양자 센싱 알고리즘을 구현했으며, 2큐비트 간 게이트 연산도 실험적으로 시연했습니다. 다시 말해, 큐비트 수 경쟁에 끼어드는 것이 아니라 NV 센서 플랫폼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향을 중심으로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술적 야심이 낮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QuSI는 “상용화 가능한 소형 양자 센서”라는 매우 현실적이고, 동시에 산업적 파급력이 큰 목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기존 양자 컴퓨팅 중심 연구가 “거대한 냉각기 속 수백 큐비트 시스템”이라는 실험실 중심의 장비를 다룬다면, QuSI는 우리가 실제 손에 들고 사용할 수 있는 양자 센서를 연구합니다. 이는 양자 기술을 일상 속으로 끌어오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교육도 연구의 연장선으로… QuSI가 만든 ‘QuLIUS’ 더욱이 흥미로운 점은 QuSI의 목표가 연구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QuSI는 양자 기술의 확장과 저변 확대를 위해 교육 자체를 연구 분야의 일부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 핵심이 바로 최근 연구실에서 자체 개발한 교육용 장비 ‘QuLIUS(Quantum Learning and Instructional Unit for Students)’입니다. 이미지 확대보기 QuLIUS를 활용한 양자센싱 대학원 수업 실험 진행 모습 QuLIUS는 기존의 양자 실험 장비와 달리, 대형 광학 테이블이나 고가의 레이저 세트가 필요 없습니다.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연결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장비이며, 학생들은 이 장치를 통해 스스로 큐비트를 제어하고, 신호를 읽고, 실제 센싱 알고리즘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실제 NV 센터 기반 큐비트를 만지고 조작하는 경험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미 고려대 학부·대학원 강의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고등학생 대상 교육에도 투입되었습니다. “양자는 이론 수업으로만 배우면 어렵습니다. 손으로 만지고, 관찰하고, 실험해야 비로소 ‘아, 이런 거구나’ 하고 이해됩니다.” 즉, QuLIUS는 단순한 교육 도구가 아니라, QuSI가 추구하는 ’양자 기술의 일상화, 교육의 실험화’ 라는 철학을 담은 장치입니다. 양자 기술이 ‘느껴지는 기술’이 되는 순간 이동헌 교수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양자 기술에 대한 대중의 오해를 조심스럽게 짚었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양자를 “먼 미래의 기술”, “거대한 연구소 안에서만 가능한 기술”로 생각하지만, NV 센서는 그 인식을 흔들어 놓습니다. “양자 기술은 먼 미래 기술이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서 ‘느낄 수 있는’ 기술이어야 합니다.” 다이아몬드 속 결함 하나, 보석 기준으로는 불량이라 불릴 수도 있는 미세한 구조가, 우리와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고 느껴왔던 나노 세계를 현실과 연결하는 다리로 연결 지었습니다. 그 다리 위에서 QuSI는 기초 물리의 깊이와 산업 현장의 실제 요구가 만나는 지점을 탐구합니다. 대규모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려면 여전히 넘어서야 할 장벽이 많다고 이동헌 교수는 말합니다. 극저온 제어, 오류 보정, 소자 집적 등 기술적 난제들이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그 사이에서 QuSI는 다른 길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작지만 실제로 쓰일 수 있는 양자 장치”라는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으로 경쟁 가능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양자 센서가 먼 미래의 그림이 아니라, 오늘 실현 가능한 도구임을 보여주는 연구실” 지금 이 길은 막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속 작은 결함이 보여주는 세계는 명확합니다. 양자 기술은 어렵고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관찰하고,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로 이미 우리 앞에 와 있습니다. QuSI 연구실이 열고 있는 이 작은 문은 앞으로 양자 기술이 일상 기술로 확장되는 거대한 흐름의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양자 시대 인재에게, 필요한 건 ‘인내’와 ‘열린 마음’ “양자 기술은 지금 ‘기초’와 ‘응용’이 동시에 달리는 마라톤입니다. 그래서 단기 성과만 보지 말고, 긴 시간 인내하며, 또 고전 기술, 반도체, 재료공학, 아니면 생물학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 줄 아는 열린 마음이 필요합니다.” QuSI 연구실은 이 같은 인재를 키우기 위해, 기초 연구와 산업화, 교육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논문을 쓰기 위한 연구실이 아니라, “누구나 양자를 만져보고, 느끼고, 쓸 수 있도록” 하는 연구실. 다이아몬드 속 단 하나의 결함이, 우리가 그토록 멀게만 느껴왔던 나노 세계와 현실 세계를 잇고 있습니다. 기초 물리의 정수와, 산업의 수요가 만나는 지점, 그곳에서 QuSI 연구실은 ‘양자 센서가 먼 미래의 그림이 아니라, 오늘 실현 가능한 도구임을 보여주는 증인’이 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 길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탐방연구실 : 고려대학교 Quantum Sensing and Imaging (QuSI) 연구실
글 작성 : 퀀텀웨이브 학생 기자단 : 박연수(연세대학교) / 김성은(연세대학교) / 이성빈(서울대학교) / 김한결(광운대학교) / 박성근 (고려대학교)
국가 표준에서 양자 혁명까지: 한 걸음 더 들어가 본 ‘초전도 양자컴퓨팅 시스템 연구단’
과학과 빵의 도시, 대전에는 항공우주, 원자력, 에너지, 국방 등 다양한 분야의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선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올해로 설립 50주년을 맞이하며,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 국가 표준의 기틀을 다져왔습니다. KRISS는 길이, 질량, 시간, 전류, 온도, 물질량, 광도 - 총 7개의 SI 기본단위를 기준으로 측정의 표준을 마련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보다 정밀한 표준 확립을 위해 자연계의 기초상수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방식의 정의에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표준의 정밀성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정밀한 표준은 과학기술 전반의 신뢰도와 정확도를 뒷받침하는 기반이자, 극한까지 정제된 측정 기술은 새로운 과학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KRISS는 이 같은 정밀 계측을 위해 광학, 원자, 초전도 등 다양한 물리 시스템에서 제어와 측정 기술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왔습니다. 특히, 원자 단위 수준의 불확실성을 제어하고 수십 억 분의 일 초 단위를 측정하는 이러한 기술은 양자 세계를 직접 다루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기반입니다. 다시 말해, 정밀 계측을 위한 표준 기술의 진보는 자연스럽게 양자 상태의 생성, 제어, 측정으로 이어졌고, 이는 곧 양자 기술 개발의 출발점이자 핵심 축이 된 것입니다. 그 결과는 초정밀 원자 시계, 중력계, 양자 자기장 센서 등 첨단 계측기술로 이어졌으며, 이는 곧 양자 과학기술의 핵심 원천기술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 발전의 중심에는 표준 과학연구원 내 '초전도 양자 시스템 연구단 (단장 이용호)'과 '양자 기술 연구소(소장 최재혁)'가 있습니다. 그 중 초전도 양자 시스템 연구단은 초전도 큐비트 기술을 기반으로 양자컴퓨터의 하드웨어 플랫폼을 개발하며, 국내 양자 컴퓨팅 연구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연구단 로비에는 초고진공, 극저온 환경에서 초전도 큐비트 시스템을 동작 시키기 위한 금색 반짝이는 샹들리에 같은 냉각 장치와 최신 연구 성과들이 전시되어 있어 방문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오늘은 차세대 양자 정보 기술의 심장부, 표준과학연구원의 초전도 양자 시스템 연구단을 직접 찾아가 그 첨단 연구 현장을 들여다봅니다. 이미지 확대보기 SI 기본단위를 상징하는 7개 기둥의 KRISS 정문 (이미지 출처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 이미지 확대보기 초전도 큐비트 칩 & 연구단 로비에 전시된 초전도 양자컴퓨팅 냉각 시스템 (이미지 출처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국가 표준을 책임지는 기관으로, 광도·질량 표준, 원자 시계 등 정밀 측정 분야에서 세계적 위상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양자역학적 현상을 측정 표준에 적극 활용하며, 나아가 초전도 기반 양자컴퓨팅 시스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홍창기 선임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저희 연구단은 2022년에 신설되었지만, KRISS에서는 이미 30년 넘게 조셉슨 접합(Josephson Junction) 기술을 연구해왔습니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초전도 양자컴퓨터에 대한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자 연구단이 발족되었습니다. 현재 책임연구원 1명, 선임연구원 5명, 책임기술원 1명, 선임기술원 4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미지 확대보기 KRISS 견학 학생들과 연구소를 설명해주시는 홍창기 선임연구원 표준과 양자의 만남 KRISS는 오랫동안 ‘측정 표준’을 정의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그렇다면 양자역학은 표준 연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오늘날 많은 측정 표준은 양자역학적 상수를 활용해 재정의됩니다. 예를 들어 미터는 광속을, 전압은 플랑크 상수와 양자 홀 효과를 이용해 정의하죠. 즉, 양자역학은 이미 표준 연구의 핵심에 있습니다. 다만 국민들이 체감하기는 어렵습니다. 일상에서 ‘갑자기 무언가 달라졌다’기보다는, 보이지 않게 정밀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양자컴퓨터의 현재 최근 대중 매체에서는 양자컴퓨터가 이미 물류, 화학 계산 등에 활용된다는 보도부터, 수백만 큐비트 없이는 아직 실용화는 멀었다는 의견까지 엇갈립니다. 이에 대해 현장에서 양자 컴퓨팅을 연구하는 홍창기 박사는 현재 개발중인 양자 컴퓨팅 기술 수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아직 특정 플랫폼이 확실히 우위를 점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분야는 초전도 플랫폼입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죠. 한국에서도 다양한 플랫폼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저희 연구단은 초전도 기반 양자컴퓨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재 20큐비트와 24큐비트 시스템을 연구 중이며, 칩은 성균관대와 협력해 제작하고 있습니다. 향후 플립칩이나 TSV(Through-Silicon Via) 기술은 UNIST와 협력하여 개발해 나갈 예정입니다.” KRISS는 국가 표준 연구의 오랜 전통을 바탕으로, 양자역학을 활용한 정밀 측정뿐 아니라 미래 양자컴퓨팅 기술 확보에도 도전하고 있다. 학생 기자단은 이번 취재를 통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표준과 양자가 이미 긴밀히 맞닿아 있으며, 한국의 양자컴퓨터 개발 역시 연구자들의 꾸준한 협력 속에서 차근차근 진전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지 확대보기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20큐비트급 초전도 양자컴퓨팅 시스템 양자컴퓨터는 아직 수백만 큐비트의 완전한 오류보정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NISQ(노이즈가 있는 중간 규모 양자컴퓨터)’라는 과도기적 시대에서 점차 응용 가능성이 탐색되고 있다. “예전에 고전 컴퓨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 가장 먼저 큰 도약을 한 분야는 화학이었습니다. 양자컴퓨터도 마찬가지로 화학 분야에서 가장 먼저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대학 연구실에서는 대학원생, 학부생들이 모여 스터디 그룹을 꾸려 양자컴퓨터로 어떤 계산을 해볼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신약 개발, 금융, 컨설팅 등에서도 양자컴퓨터 활용 가능성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양자 이득, 언제 실현될까? 양자컴퓨터가 고전컴퓨터를 뛰어넘는 지점, 이른바 ‘양자 이득(Quantum Advantage)’은 언제쯤 실현될 수 있을까? “일부 알고리즘에서는 이미 양자컴퓨터가 고전컴퓨터를 능가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특정한 문제에 국한된 것이고, 일반적인 상황에서 양자컴퓨터가 항상 빠르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고전 컴퓨터도 문제 유형에 따라 어떤 시스템이 빠를 수 있듯, 양자컴퓨터 역시 문제 정의에 따라 이미 우월할 수도 있고, 앞으로 더 많은 문제에서 강점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언제 보편적으로 양자 이득을 가진다’는 질문에는 아직 명확히 답하기 어렵습니다.” 글로벌 기업과 국가 연구소, 무엇이 다른가? 구글, IBM, IonQ, QuEra 등 글로벌 기업들은 초전도·이온트랩·중성원자 등 다양한 플랫폼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주로 대학과 연구소 중심으로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미지 확대보기 KRISS 연구실에서 20큐비트급 초전도체 양자컴퓨터를 점검하고 있는 연구원 “대기업은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될 경우 막대한 파급력을 기대하며 투자합니다. 동시에 기업 이미지 차원에서도 선도 기술 확보를 강조하죠. 반면 연구소의 역할은 조금 다릅니다. 대학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논문을 만들어낸다면, 연구소는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기반 기술을 책임지고 이어가는 곳입니다. 논문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국가가 기술적으로 종속되지 않기 위해 반드시 채워야 하는 영역을 담당하는 것이죠. 한국도 아직 선진 기업에 비해 따라가는 단계일 수 있지만, 지속적인 기술 축적을 통해 격차를 좁혀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산·학·연 협력으로 50큐비트 향해 KRISS는 국내 산학연 컨소시엄을 통해 초전도 양자컴퓨터 연구를 이끌고 있다. “20큐비트, 50큐비트 양자컴퓨터 인프라 구축사업을 통해 성균관대(칩 개발), UNIST(플립칩 및 TSV 공정), KISTI(클라우드 서비스)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KRISS는 주관기관으로 측정과 시스템 통합을 맡고 있구요. 올해 3월에는 20큐비트 칩 시험에 성공했고, 현재는 24큐비트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내년 말에는 50큐비트 시스템까지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큐비트의 T1, T2* 결맞음 시간 향상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초전도 큐비트 방식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투자가 집중된 분야지만, 극저온 유지·큐비트 간 간섭·오류율 관리 등 기술적 난제가 여전하다. KRISS는 이 중에서도 ‘측정 정확도’와 ‘칩 품질’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KRISS는 측정 기관이다 보니, 가장 중요한 초점은 측정입니다. 첫째, 측정 과정에서 한계가 없도록 하는 것, 둘째,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앰프 개발, 셋째, 칩 자체의 품질 개선 — 이 세 가지 축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산학연 협력을 통해 큐비트 수 확대와 국제 협력 과제를 수행하며 균형 있게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 연구단은 기술 국산화와 확장성 확보를 통해 국내 양자컴퓨팅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습니다. 연구단은 앞으로도 학계·산업계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세계적 수준의 양자컴퓨팅 시스템 구축이라는 도전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양자는 어렵지만 동시에 누구나 함께 도전할 수 있는 분야”라는 연구자의 말처럼, 앞으로도 많은 젊은 인재들과 연구자들이 이 길에 동참해 세계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 주기를 기대합니다.
탐방연구실 : 초전도 양자 컴퓨팅 시스템 연구단
글 작성 : 퀀텀웨이브 학생 기자단 : 이성빈(서울대학교) / 김성은(연세대학교) / 박연수(연세대학교) / 김한결(광운대학교) / 이정우(한국과학기술원)
"과학이 예술이 될 때”, 이화여자대학교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을 찾아간다.
이화여자대학교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최첨단 기초과학 연구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Center for Quantum Nanoscience, QNS)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센터는 나노미터 수준, 더 나아가 단일 원자 단위의 세계를 탐구하며, 양자역학의 원리를 실제 기술에 접목하려는 야심 찬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연구단의 단장은 나노 과학 및 원자 조작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과학자인 안드레아스 하인리히(Andreas Heinrich) 교수로, 과거 IBM에서 STM(주사터널링현미경, Scanning Tunneling Microscope)을 활용하여 원자를 하나씩 옮겨 그림을 그리거나 게임을 구현하는 퍼포먼스 등은 세계 과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QNS는 단순히 과학적 호기심을 넘어서, 미래의 양자정보기술(Quantum Information Technology) 발전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원자를 이미징하고 재배열하는 연구는 단순한 ‘보여주기’에 그치지 않고, 양자 상태의 정밀한 제어와 측정을 기반으로 STM 팁 끝에 단일 분자를 붙여 자기장과 전기장을 서브-옹스트롬 정확도로 측정하는 양자 센싱 기술과 다중 전자 스핀 큐비트를 성공적으로 조작하는 STM 기반 다중 큐비트 플랫폼과 ESR을 접목한 원자/분자 큐비트의 단일-다중 논리 게이트 등 향후 양자컴퓨팅, 고감도 양자 센서 기술의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화여대에 위치한 QNS는 국내외 석학들과의 협력 속에서 세계적 연구 성과를 꾸준히 발표하고 있습니다. 또한 젊은 과학자들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실험 환경과 연구 기회를 제공하며, 차세대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나아가 국제적인 연구자들이 활발히 교류하는 장이기도 하며, 예술과 접목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장이기도 합니다. 기술과 예술, 과학과 사람 사이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QNS의 연구자들의 도전과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입니다. 원자 세계를 탐험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곳 - 바로 이화여대의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입니다. 이미지 확대보기 QNS 장원준 박사, Advanced STM for quantum material Team Leader 이런 다양성은 연구 방식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연구단의 삶의 방식과 조직 문화 역시 구성원 모두가 함께 만들어갑니다. 실험실 안에서 원활한 소통과 협업을 위해, 연구자들은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모아 ‘QNS Culture’라는 가치 기반의 약속을 스스로 정립했습니다.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환경 속에서, 공동의 과학적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글로벌 과학 협력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미지 확대보기 구성원 스스로가 정한 핵심 QNS Culture 액자 속 ‘Responsible’ 문구가 눈에 띄는 모습 한국 최초 큐비트 플랫폼 구축과 원자 단위 양자 제어로 'Outstanding' 평가 획득 최근 QNS는 IBS 본원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Outstanding’ 평가를 받았습니다. 3년마다 시행되는 이 평가는 연구단의 연구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로, 이번 평가를 통해 앞으로 6년간 현재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QNS는 논문의 영향력 지수(impact factor)가 다른 연구단과 비슷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연구 틀에 얽매이지 않고 독창적이며 도전적인 연구를 꾸준히 이어온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연구단이 한국 최초 새로운 접근 방식의 큐비트 플랫폼 구축과 원자 단위 양자 제어, 이를 위한 연구 장비를 직접 제작하는 등의 새로운 시도들이 이번 성과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특히 기존의 주사터널링현미경(STM, Scanning Tunneling Microscope)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RF 신호를 STM에 더한 ESR (Electron Spin Resonance) STM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습니다. 현재는 STM과 광학 실험법을 결합한 새로운 실험 플랫폼을 구축 중이며, 이를 통해 원자 수준에서 양자 상태를 조작하는 새로운 물리 실험의 장을 열고 있습니다. 이미지 확대보기 BOB system: mK ESR(electron spin resonance) STM 이러한 실험 기술의 진보는 단순한 장비 개발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세계적인 연구 성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QNS의 STM 기반 스핀 큐비트 플랫폼은 2023년 Science에 소개된 바 있습니다. 양자 정보 기술 연구가 초전도체, 이온트랩, 광자 큐비트 기반에 집중되어 있는 것과 달리, QNS는 STM과 물질 표면 원자를 기반으로 한 독창적인 방식으로 큐비트를 구현했으며, 단일 원자 큐비트 제어를 넘어 다수 원자 큐비트 제어와 양자 게이트 구현에 성공하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자체적으로 시작된 큐비트 플랫폼은 없었기에, 저희가 ‘새로운 방식의 큐비트 플랫폼’을 개발했다는 점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QNS는 Nature Nanotechnology에 발표한 또 다른 연구를 통해, 단일 원자의 전기쌍극자 모멘트와 자기쌍극자 모멘트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현재 양자 센서 분야에서는 AFM(Atomic Force Microscopy)과 다이아몬드 내 스핀 점 결함을 결합한 방식이 높은 자기장 측정 민감도로 주목받고 있지만, 수십 나노미터 수준의 공간 분해능으로 인해 원자 단위 측정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QNS의 이번 연구는 이 한계를 넘어 1 nm 이하의 원자 수준 공간 분해능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QNS의 궁극적인 목표는 양자역학의 본질을 가장 근본적인 수준에서 실험적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연구단은 표면 위 단일 스핀 원자를 실험 대상으로 삼아, 원자 단위에서 완벽한 제어성과 재현성을 지닌 양자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큐비트의 수를 늘리는 기술적 실용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보다는, ‘큐비트 간 상호작용 과정에서 나타나는 근본적인 양자 현상들’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큐비트의 결과적 활용에 집중해왔다면, QNS는 그 과정 속에 놓쳐왔던 기초적인 물리 현상과 원리를 탐구하며 새로운 과학적 통찰을 추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양자나노과학 연구에서 원자 단위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기술이 크게 주목받고 있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장원준 박사는 이 기술의 진정한 의미는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데 있다"고 강조합니다. “지금 원자를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렸습니다. 이걸 바탕으로 이야기꾼들은 ‘원자를 움직여서 이런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스토리를 쓸 것이고, 그 문화를 습득한 다음 세대는 그것을 기반으로 미래를 설계하겠죠. 지금은 비록 실생활에서 당장 쓸 수 있는 기술은 아닐지라도, 이 한 가지 사실이 사회 전체에 굉장히 큰 파장을 줄 수 있습니다.” “양자의 감동, 예술로 말하다” QNS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는 ‘과학과 예술의 만남’입니다. 센터 내부에는 상주 예술가가 있으며, 과학자와 예술가가 함께 세미나를 열고 영감을 나누며, 양자에서 느낀 감각을 예술로 표현하는 행사 ‘미술 공모전 (Art Contest)’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확대보기 STM 이미지 기반 양자 세계의 예술적 표현 이미지 확대보기 양자 세계를 표현한 초등학생 미술공모전 작품 수상작 센터 라운지 한쪽 벽면에는 초등학생들이 양자 세계를 상상하며 그린 미술 공모전 수상작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원자 단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자유롭게 상상하고 표현한 작품들은, 앞서 언급된 “가능성을 상상하게 할 수 있다”는 말과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원자를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이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게 만든 것입니다. QNS는 이처럼 생각의 전환과 사고의 융합이 연구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핵심 동력임을 믿고 있으며, 과학과 예술이 만나 창조적인 혁신을 실현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탐방연구실 : 이화여자대학교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
글 작성 : 퀀텀웨이브 학생 기자단 : 이성빈 (서울대학교) / 박성근 (고려대학교) / 김한결 (광운대학교) / 박연수 (연세대학교) / 이정우 (한국과학기술원)
반짝임 그 이상: 다이아몬드의 결함이 만드는 초정밀 양자 센서
이미지 확대보기 다이아몬드 NV 센터를 활용한 양자센싱 및 이미징 연구의 기초부터 응용, 산업 활용까지의 예(출처: K. Kim et al., Advanced Photonics 7, 064002(2025), https://doi.org/10.1117/1.AP.7.6.064002) “고려대 이동헌 교수, 양자 센싱·이미징 연구의 최전선 - 양자 기술은 기초와 응용이 동시에 춤추는 독특한 분야”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이동헌 교수가 이끄는 Quantum Sensing and Imaging (QuSI) 연구실은 다이아몬드 내 '양자 결함'이라는 특별한 큐비트를 활용해 양자 센싱 및 이미징이라는 두 분야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완벽해 보이는 다이아몬드도 그 결정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많은 원자 결함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이러한 결함들이 핑크 다이아몬드와 같은 보석의 색을 결정하기도 해서 색중심(color center)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연구실의 핵심은 이러한 다이아몬드 속 질소-공극(Nitrogen-Vacancy, NV) 점 결함입니다. 다이아몬드 내부의 이 미세 점결함은 전자의 스핀 상태를 상온에서도 양자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어서 차세대 스핀 큐비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QuSI 연구실은 이 NV 센터의 스핀을 정밀하게 조작하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NV-핵스핀이나 NV-NV 쌍을 이용한 다중 큐비트 기반의 양자 센싱 프로토콜 개발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양자 제어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큐비트의 결맞음 시간을 늘리고, 측정 민감도를 고도화하는 등 실용적인 양자 센서 개발에 필요한 토대를 쌓고 있습니다. QuSI의 연구는 정보 처리를 넘어 미시 세계를 관찰하는 새로운 도구 개발로 확장됩니다. NV 센터를 초민감 센서로 활용해 양자 이미징과 센싱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는데, 특히 다이아몬드 NV 센터를 탐침으로 쓰는 주사 탐침 현미경(Scanning Magnetometry)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를 통해 나노미터 수준의 해상도로 다양한 고체 물질 및 소자의 자기장 분포, 전류 흐름, 스핀 현상을 비파괴적으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첨단 자성 소재나 반도체 소자를 분석하는 데 유용하며, 생체 내 미세 자기 활동 측정이나 단일 분자 수준의 핵자기공명(Nuclear Magnetic Resonance, NMR), 나노-MRI(Magnetic Resonance Imaging) 같은 생의학 응용까지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구 외에도 QuSI 연구실은 양자 기술 교육에 힘쓰고 있습니다. 학생과 일반인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교육용 큐비트 ·양자 센싱·컴퓨팅 기초 실험 장치(QuLIUS)를 개발해 양자 과학의 문턱을 낮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미래 인재를 양성하고 국내 양자 과학기술 생태계를 키우는데 밑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다이아몬드 속, 원자 크기의 ‘큐비트’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다이아몬드는 “완벽하게 정렬된 탄소 격자”로 이루어진 보석입니다. 그러나 QuSI 연구실에서 연구되는 다이아몬드는 일부러 격자를 흐트러뜨립니다. 탄소 자리 하나를 비워 결함(vacancy)을 만들고, 그 옆에 탄소 대신 질소를 심습니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만든 결함 구조는 바로 NV 센터(Nitrogen–Vacancy center)입니다. 얼핏 들으면 단순한 흠결처럼 보이지만, 이 결함은 오히려 다이아몬드 내부에서 전자 스핀을 가진 원자 단위의 양자 큐비트로 기능합니다. 이동헌 교수는 NV 센터를 설명하면서 흥미로운 비유를 들었습니다. “진공에 있는 이온트랩과 중성원자와 거의 동일한유사한 특성을 보이지만, 다이아몬드 안에 있기 때문에 훨씬 컴팩트합니다. 그래서 센서로서의 활용성이 뛰어나죠.” 실제로 NV 센터는 양자센싱 측면에서 고전적인 양자컴퓨팅 플랫폼(초전도체 큐비트나 이온트랩)과 비교해 압도적인여러 장점을 가집니다. 초전도 큐비트는 극저온 냉동기와 복잡한 마이크로파 장치가 필요하고, 이온트랩이나 중성원자는은 초고진공 환경과 다단복잡한 트랩 구조가 필수인 반면, NV 센터는 상온·대기압에서, 별도의 트랩 없이도 안정적으로 동작합니다. 이는 “양자 컴퓨터는 거대한 냉장고 속에 들어있다”는 기존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일상 환경 속 양자 센서의 가능성을 여는 대목입니다. 다이아몬드 표면 가까이에 NV 센터를 배치하면 그 큐비트는 나노미터(nm) 거리에서 일어나는 극도로 미세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어떤 변화일까요? ‘수십 나노미터 거리의 자기장 변동, 국소 온도 변화, 근처 원자핵의 스핀 움직임’ 이 모든 것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 확대보기 다중 큐비트 기반의 양자센싱 실험 셋업 사진 비유하자면, 기존의 자기력 현미경(Magnetic Force Microscopy, MFM)이나 NMR/MRI 같은 장비가 ‘넓은 바다 위 파도’를 관측하는 기술이라면, NV 기반 양자 센서는 한 방울의 물속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흐름까지 읽어낼 수 있는 현미경에 가깝습니다. 단일 분자 혹은 단백질 수준의 구조 분석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방해를 주지 않고 ‘살며시 관찰하는 센서’, 즉 완전한 비파괴 측정이라는 NV 센서의 가장 큰 장점이 실현되는 것입니다. 이 기술이 열어주는 미래는 매우 다층적입니다. 바이오·의료 분야에서는 단백질과 분자 단위의 구조 분석을 가능하게 하여 신약 개발에 새로운 접근을 제공합니다. 생체 내 미세 환경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센서, 나노 의학 기술, 심지어 살아있는 세포 내부를 들여다보는 기술까지도 이론적으로는 NV 센서의 영역에 있습니다. 소재·반도체 분야 역시 큰 변화를 맞이합니다. 배터리 내부의 전류 분포를 10 nm 단위에서 측정하거나, 반도체 공정 중 발생하는 극미세 결함을 비파괴 방식으로 탐지하는 기능은 기존 기술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영역이었습니다. NV 센서는 이 불가능을 현실로 만듭니다. 국방·보안 분야는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지하 구조물 탐지, 극미약한 자기장의 이상 신호 탐지, 정밀 항법 장치 등 NV 센서를 활용한 기술은 이미 미국·유럽·중국에서 개발·제품화가 진행 중이며, 일부는 실제 배치 단계에 있습니다. NV 기반 센서는 ‘고정밀 자기장·중력 측정 기술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플랫폼’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연구실의 성과를 곧바로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동헌 교수는 현실적인 기술적 과제를 명확하게 짚었습니다. “실험실의 거대한 광학·레이저 장비를 현장용, 휴대용 센서로 만드는 과정에서는 민감도가 떨어질 수 있고, 잡음이나 환경 변화에 취약해집니다.” 실제로 NV 센서는 레이저·광학계·마이크로파 장치 등이 정교하게 맞물려 작동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를 손바닥만 한 크기의 포터블 장치로 만들려면, 단순히 부품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광학 정렬, 소자 내구성, 열 안정성, 전자 신호 처리 등 엔지니어링이 필요합니다. “양자 센서가 실제 산업·국방·의료 현장에서 활약하려면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긴밀하게 협력해, 높은 민감도를 유지하면서도 실사용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구동될 수 있는 기술을 완성해야 합니다. 유럽, 미국, 중국은 이미 이 문제를 많이 해결하고며 제품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결국 NV 센서의 성공은 ‘과학자의 양자 물리학적 정교함’과 ‘엔지니어의 견고함’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결합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QuSI 연구실은 바로 이 경계면, 기초와 혁신, 실험실과 산업, 나노 구조와 일상 기술에서 새로운 시대의 센서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QuSI 연구실이 꿈꾸는 것 - 단순한 실험실이 아니다 많은 양자 연구실이 “더 많은 큐비트, 더 빠르고 더 깊은 양자 게이트”를 목표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세계적 연구 그룹일수록 경쟁적으로 큐비트 수를 증가시키고, 오류율을 낮추며, 대규모 양자 컴퓨팅의 시대를 앞당기는 데 집중합니다. 하지만 QuSI 연구실의 방향은 조금은 다릅니다. “우리는 5~10개 큐비트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양자 센서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 말은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적 현실과 산업적 필요를 정확히 파악한 전략에서 나온 것입니다. 현재 연구실은 이미 5큐비트 레지스터 기반 양자 센싱 알고리즘을 구현했으며, 2큐비트 간 게이트 연산도 실험적으로 시연했습니다. 다시 말해, 큐비트 수 경쟁에 끼어드는 것이 아니라 NV 센서 플랫폼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향을 중심으로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술적 야심이 낮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QuSI는 “상용화 가능한 소형 양자 센서”라는 매우 현실적이고, 동시에 산업적 파급력이 큰 목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기존 양자 컴퓨팅 중심 연구가 “거대한 냉각기 속 수백 큐비트 시스템”이라는 실험실 중심의 장비를 다룬다면, QuSI는 우리가 실제 손에 들고 사용할 수 있는 양자 센서를 연구합니다. 이는 양자 기술을 일상 속으로 끌어오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교육도 연구의 연장선으로… QuSI가 만든 ‘QuLIUS’ 더욱이 흥미로운 점은 QuSI의 목표가 연구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QuSI는 양자 기술의 확장과 저변 확대를 위해 교육 자체를 연구 분야의 일부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 핵심이 바로 최근 연구실에서 자체 개발한 교육용 장비 ‘QuLIUS(Quantum Learning and Instructional Unit for Students)’입니다. 이미지 확대보기 QuLIUS를 활용한 양자센싱 대학원 수업 실험 진행 모습 QuLIUS는 기존의 양자 실험 장비와 달리, 대형 광학 테이블이나 고가의 레이저 세트가 필요 없습니다.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연결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장비이며, 학생들은 이 장치를 통해 스스로 큐비트를 제어하고, 신호를 읽고, 실제 센싱 알고리즘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실제 NV 센터 기반 큐비트를 만지고 조작하는 경험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미 고려대 학부·대학원 강의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고등학생 대상 교육에도 투입되었습니다. “양자는 이론 수업으로만 배우면 어렵습니다. 손으로 만지고, 관찰하고, 실험해야 비로소 ‘아, 이런 거구나’ 하고 이해됩니다.” 즉, QuLIUS는 단순한 교육 도구가 아니라, QuSI가 추구하는 ’양자 기술의 일상화, 교육의 실험화’ 라는 철학을 담은 장치입니다. 양자 기술이 ‘느껴지는 기술’이 되는 순간 이동헌 교수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양자 기술에 대한 대중의 오해를 조심스럽게 짚었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양자를 “먼 미래의 기술”, “거대한 연구소 안에서만 가능한 기술”로 생각하지만, NV 센서는 그 인식을 흔들어 놓습니다. “양자 기술은 먼 미래 기술이 아닙니다. 우리 주변에서 ‘느낄 수 있는’ 기술이어야 합니다.” 다이아몬드 속 결함 하나, 보석 기준으로는 불량이라 불릴 수도 있는 미세한 구조가, 우리와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고 느껴왔던 나노 세계를 현실과 연결하는 다리로 연결 지었습니다. 그 다리 위에서 QuSI는 기초 물리의 깊이와 산업 현장의 실제 요구가 만나는 지점을 탐구합니다. 대규모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려면 여전히 넘어서야 할 장벽이 많다고 이동헌 교수는 말합니다. 극저온 제어, 오류 보정, 소자 집적 등 기술적 난제들이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그 사이에서 QuSI는 다른 길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작지만 실제로 쓰일 수 있는 양자 장치”라는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으로 경쟁 가능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양자 센서가 먼 미래의 그림이 아니라, 오늘 실현 가능한 도구임을 보여주는 연구실” 지금 이 길은 막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속 작은 결함이 보여주는 세계는 명확합니다. 양자 기술은 어렵고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관찰하고,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로 이미 우리 앞에 와 있습니다. QuSI 연구실이 열고 있는 이 작은 문은 앞으로 양자 기술이 일상 기술로 확장되는 거대한 흐름의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양자 시대 인재에게, 필요한 건 ‘인내’와 ‘열린 마음’ “양자 기술은 지금 ‘기초’와 ‘응용’이 동시에 달리는 마라톤입니다. 그래서 단기 성과만 보지 말고, 긴 시간 인내하며, 또 고전 기술, 반도체, 재료공학, 아니면 생물학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 줄 아는 열린 마음이 필요합니다.” QuSI 연구실은 이 같은 인재를 키우기 위해, 기초 연구와 산업화, 교육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논문을 쓰기 위한 연구실이 아니라, “누구나 양자를 만져보고, 느끼고, 쓸 수 있도록” 하는 연구실. 다이아몬드 속 단 하나의 결함이, 우리가 그토록 멀게만 느껴왔던 나노 세계와 현실 세계를 잇고 있습니다. 기초 물리의 정수와, 산업의 수요가 만나는 지점, 그곳에서 QuSI 연구실은 ‘양자 센서가 먼 미래의 그림이 아니라, 오늘 실현 가능한 도구임을 보여주는 증인’이 되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 길은 이제 막 시작되었습니다.
탐방연구실 : 고려대학교 Quantum Sensing and Imaging (QuSI) 연구실
글 작성 : 퀀텀웨이브 학생 기자단 : 박연수(연세대학교) / 김성은(연세대학교) / 이성빈(서울대학교) / 김한결(광운대학교) / 박성근 (고려대학교)
국가 표준에서 양자 혁명까지: 한 걸음 더 들어가 본 ‘초전도 양자컴퓨팅 시스템 연구단’
과학과 빵의 도시, 대전에는 항공우주, 원자력, 에너지, 국방 등 다양한 분야의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선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올해로 설립 50주년을 맞이하며,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 국가 표준의 기틀을 다져왔습니다. KRISS는 길이, 질량, 시간, 전류, 온도, 물질량, 광도 - 총 7개의 SI 기본단위를 기준으로 측정의 표준을 마련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보다 정밀한 표준 확립을 위해 자연계의 기초상수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방식의 정의에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표준의 정밀성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정밀한 표준은 과학기술 전반의 신뢰도와 정확도를 뒷받침하는 기반이자, 극한까지 정제된 측정 기술은 새로운 과학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KRISS는 이 같은 정밀 계측을 위해 광학, 원자, 초전도 등 다양한 물리 시스템에서 제어와 측정 기술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왔습니다. 특히, 원자 단위 수준의 불확실성을 제어하고 수십 억 분의 일 초 단위를 측정하는 이러한 기술은 양자 세계를 직접 다루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기반입니다. 다시 말해, 정밀 계측을 위한 표준 기술의 진보는 자연스럽게 양자 상태의 생성, 제어, 측정으로 이어졌고, 이는 곧 양자 기술 개발의 출발점이자 핵심 축이 된 것입니다. 그 결과는 초정밀 원자 시계, 중력계, 양자 자기장 센서 등 첨단 계측기술로 이어졌으며, 이는 곧 양자 과학기술의 핵심 원천기술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 발전의 중심에는 표준 과학연구원 내 '초전도 양자 시스템 연구단 (단장 이용호)'과 '양자 기술 연구소(소장 최재혁)'가 있습니다. 그 중 초전도 양자 시스템 연구단은 초전도 큐비트 기술을 기반으로 양자컴퓨터의 하드웨어 플랫폼을 개발하며, 국내 양자 컴퓨팅 연구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연구단 로비에는 초고진공, 극저온 환경에서 초전도 큐비트 시스템을 동작 시키기 위한 금색 반짝이는 샹들리에 같은 냉각 장치와 최신 연구 성과들이 전시되어 있어 방문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오늘은 차세대 양자 정보 기술의 심장부, 표준과학연구원의 초전도 양자 시스템 연구단을 직접 찾아가 그 첨단 연구 현장을 들여다봅니다. 이미지 확대보기 SI 기본단위를 상징하는 7개 기둥의 KRISS 정문 (이미지 출처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 이미지 확대보기 초전도 큐비트 칩 & 연구단 로비에 전시된 초전도 양자컴퓨팅 냉각 시스템 (이미지 출처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국가 표준을 책임지는 기관으로, 광도·질량 표준, 원자 시계 등 정밀 측정 분야에서 세계적 위상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양자역학적 현상을 측정 표준에 적극 활용하며, 나아가 초전도 기반 양자컴퓨팅 시스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홍창기 선임연구원은 말했습니다. “저희 연구단은 2022년에 신설되었지만, KRISS에서는 이미 30년 넘게 조셉슨 접합(Josephson Junction) 기술을 연구해왔습니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초전도 양자컴퓨터에 대한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자 연구단이 발족되었습니다. 현재 책임연구원 1명, 선임연구원 5명, 책임기술원 1명, 선임기술원 4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미지 확대보기 KRISS 견학 학생들과 연구소를 설명해주시는 홍창기 선임연구원 표준과 양자의 만남 KRISS는 오랫동안 ‘측정 표준’을 정의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그렇다면 양자역학은 표준 연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오늘날 많은 측정 표준은 양자역학적 상수를 활용해 재정의됩니다. 예를 들어 미터는 광속을, 전압은 플랑크 상수와 양자 홀 효과를 이용해 정의하죠. 즉, 양자역학은 이미 표준 연구의 핵심에 있습니다. 다만 국민들이 체감하기는 어렵습니다. 일상에서 ‘갑자기 무언가 달라졌다’기보다는, 보이지 않게 정밀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양자컴퓨터의 현재 최근 대중 매체에서는 양자컴퓨터가 이미 물류, 화학 계산 등에 활용된다는 보도부터, 수백만 큐비트 없이는 아직 실용화는 멀었다는 의견까지 엇갈립니다. 이에 대해 현장에서 양자 컴퓨팅을 연구하는 홍창기 박사는 현재 개발중인 양자 컴퓨팅 기술 수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아직 특정 플랫폼이 확실히 우위를 점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분야는 초전도 플랫폼입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죠. 한국에서도 다양한 플랫폼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저희 연구단은 초전도 기반 양자컴퓨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재 20큐비트와 24큐비트 시스템을 연구 중이며, 칩은 성균관대와 협력해 제작하고 있습니다. 향후 플립칩이나 TSV(Through-Silicon Via) 기술은 UNIST와 협력하여 개발해 나갈 예정입니다.” KRISS는 국가 표준 연구의 오랜 전통을 바탕으로, 양자역학을 활용한 정밀 측정뿐 아니라 미래 양자컴퓨팅 기술 확보에도 도전하고 있다. 학생 기자단은 이번 취재를 통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표준과 양자가 이미 긴밀히 맞닿아 있으며, 한국의 양자컴퓨터 개발 역시 연구자들의 꾸준한 협력 속에서 차근차근 진전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지 확대보기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20큐비트급 초전도 양자컴퓨팅 시스템 양자컴퓨터는 아직 수백만 큐비트의 완전한 오류보정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NISQ(노이즈가 있는 중간 규모 양자컴퓨터)’라는 과도기적 시대에서 점차 응용 가능성이 탐색되고 있다. “예전에 고전 컴퓨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 가장 먼저 큰 도약을 한 분야는 화학이었습니다. 양자컴퓨터도 마찬가지로 화학 분야에서 가장 먼저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대학 연구실에서는 대학원생, 학부생들이 모여 스터디 그룹을 꾸려 양자컴퓨터로 어떤 계산을 해볼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신약 개발, 금융, 컨설팅 등에서도 양자컴퓨터 활용 가능성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양자 이득, 언제 실현될까? 양자컴퓨터가 고전컴퓨터를 뛰어넘는 지점, 이른바 ‘양자 이득(Quantum Advantage)’은 언제쯤 실현될 수 있을까? “일부 알고리즘에서는 이미 양자컴퓨터가 고전컴퓨터를 능가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특정한 문제에 국한된 것이고, 일반적인 상황에서 양자컴퓨터가 항상 빠르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고전 컴퓨터도 문제 유형에 따라 어떤 시스템이 빠를 수 있듯, 양자컴퓨터 역시 문제 정의에 따라 이미 우월할 수도 있고, 앞으로 더 많은 문제에서 강점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언제 보편적으로 양자 이득을 가진다’는 질문에는 아직 명확히 답하기 어렵습니다.” 글로벌 기업과 국가 연구소, 무엇이 다른가? 구글, IBM, IonQ, QuEra 등 글로벌 기업들은 초전도·이온트랩·중성원자 등 다양한 플랫폼에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주로 대학과 연구소 중심으로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미지 확대보기 KRISS 연구실에서 20큐비트급 초전도체 양자컴퓨터를 점검하고 있는 연구원 “대기업은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될 경우 막대한 파급력을 기대하며 투자합니다. 동시에 기업 이미지 차원에서도 선도 기술 확보를 강조하죠. 반면 연구소의 역할은 조금 다릅니다. 대학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논문을 만들어낸다면, 연구소는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기반 기술을 책임지고 이어가는 곳입니다. 논문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국가가 기술적으로 종속되지 않기 위해 반드시 채워야 하는 영역을 담당하는 것이죠. 한국도 아직 선진 기업에 비해 따라가는 단계일 수 있지만, 지속적인 기술 축적을 통해 격차를 좁혀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산·학·연 협력으로 50큐비트 향해 KRISS는 국내 산학연 컨소시엄을 통해 초전도 양자컴퓨터 연구를 이끌고 있다. “20큐비트, 50큐비트 양자컴퓨터 인프라 구축사업을 통해 성균관대(칩 개발), UNIST(플립칩 및 TSV 공정), KISTI(클라우드 서비스)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KRISS는 주관기관으로 측정과 시스템 통합을 맡고 있구요. 올해 3월에는 20큐비트 칩 시험에 성공했고, 현재는 24큐비트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내년 말에는 50큐비트 시스템까지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큐비트의 T1, T2* 결맞음 시간 향상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초전도 큐비트 방식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투자가 집중된 분야지만, 극저온 유지·큐비트 간 간섭·오류율 관리 등 기술적 난제가 여전하다. KRISS는 이 중에서도 ‘측정 정확도’와 ‘칩 품질’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KRISS는 측정 기관이다 보니, 가장 중요한 초점은 측정입니다. 첫째, 측정 과정에서 한계가 없도록 하는 것, 둘째,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앰프 개발, 셋째, 칩 자체의 품질 개선 — 이 세 가지 축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산학연 협력을 통해 큐비트 수 확대와 국제 협력 과제를 수행하며 균형 있게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 연구단은 기술 국산화와 확장성 확보를 통해 국내 양자컴퓨팅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습니다. 연구단은 앞으로도 학계·산업계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세계적 수준의 양자컴퓨팅 시스템 구축이라는 도전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양자는 어렵지만 동시에 누구나 함께 도전할 수 있는 분야”라는 연구자의 말처럼, 앞으로도 많은 젊은 인재들과 연구자들이 이 길에 동참해 세계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 주기를 기대합니다.
탐방연구실 : 초전도 양자 컴퓨팅 시스템 연구단
글 작성 : 퀀텀웨이브 학생 기자단 : 이성빈(서울대학교) / 김성은(연세대학교) / 박연수(연세대학교) / 김한결(광운대학교) / 이정우(한국과학기술원)
"과학이 예술이 될 때”, 이화여자대학교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을 찾아간다.
이화여자대학교에는 세계적인 수준의 최첨단 기초과학 연구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Center for Quantum Nanoscience, QNS)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센터는 나노미터 수준, 더 나아가 단일 원자 단위의 세계를 탐구하며, 양자역학의 원리를 실제 기술에 접목하려는 야심 찬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연구단의 단장은 나노 과학 및 원자 조작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과학자인 안드레아스 하인리히(Andreas Heinrich) 교수로, 과거 IBM에서 STM(주사터널링현미경, Scanning Tunneling Microscope)을 활용하여 원자를 하나씩 옮겨 그림을 그리거나 게임을 구현하는 퍼포먼스 등은 세계 과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QNS는 단순히 과학적 호기심을 넘어서, 미래의 양자정보기술(Quantum Information Technology) 발전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원자를 이미징하고 재배열하는 연구는 단순한 ‘보여주기’에 그치지 않고, 양자 상태의 정밀한 제어와 측정을 기반으로 STM 팁 끝에 단일 분자를 붙여 자기장과 전기장을 서브-옹스트롬 정확도로 측정하는 양자 센싱 기술과 다중 전자 스핀 큐비트를 성공적으로 조작하는 STM 기반 다중 큐비트 플랫폼과 ESR을 접목한 원자/분자 큐비트의 단일-다중 논리 게이트 등 향후 양자컴퓨팅, 고감도 양자 센서 기술의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화여대에 위치한 QNS는 국내외 석학들과의 협력 속에서 세계적 연구 성과를 꾸준히 발표하고 있습니다. 또한 젊은 과학자들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실험 환경과 연구 기회를 제공하며, 차세대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나아가 국제적인 연구자들이 활발히 교류하는 장이기도 하며, 예술과 접목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장이기도 합니다. 기술과 예술, 과학과 사람 사이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QNS의 연구자들의 도전과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입니다. 원자 세계를 탐험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곳 - 바로 이화여대의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입니다. 이미지 확대보기 QNS 장원준 박사, Advanced STM for quantum material Team Leader 이런 다양성은 연구 방식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연구단의 삶의 방식과 조직 문화 역시 구성원 모두가 함께 만들어갑니다. 실험실 안에서 원활한 소통과 협업을 위해, 연구자들은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모아 ‘QNS Culture’라는 가치 기반의 약속을 스스로 정립했습니다.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환경 속에서, 공동의 과학적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글로벌 과학 협력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미지 확대보기 구성원 스스로가 정한 핵심 QNS Culture 액자 속 ‘Responsible’ 문구가 눈에 띄는 모습 한국 최초 큐비트 플랫폼 구축과 원자 단위 양자 제어로 'Outstanding' 평가 획득 최근 QNS는 IBS 본원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Outstanding’ 평가를 받았습니다. 3년마다 시행되는 이 평가는 연구단의 연구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로, 이번 평가를 통해 앞으로 6년간 현재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QNS는 논문의 영향력 지수(impact factor)가 다른 연구단과 비슷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연구 틀에 얽매이지 않고 독창적이며 도전적인 연구를 꾸준히 이어온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연구단이 한국 최초 새로운 접근 방식의 큐비트 플랫폼 구축과 원자 단위 양자 제어, 이를 위한 연구 장비를 직접 제작하는 등의 새로운 시도들이 이번 성과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특히 기존의 주사터널링현미경(STM, Scanning Tunneling Microscope)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RF 신호를 STM에 더한 ESR (Electron Spin Resonance) STM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습니다. 현재는 STM과 광학 실험법을 결합한 새로운 실험 플랫폼을 구축 중이며, 이를 통해 원자 수준에서 양자 상태를 조작하는 새로운 물리 실험의 장을 열고 있습니다. 이미지 확대보기 BOB system: mK ESR(electron spin resonance) STM 이러한 실험 기술의 진보는 단순한 장비 개발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세계적인 연구 성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QNS의 STM 기반 스핀 큐비트 플랫폼은 2023년 Science에 소개된 바 있습니다. 양자 정보 기술 연구가 초전도체, 이온트랩, 광자 큐비트 기반에 집중되어 있는 것과 달리, QNS는 STM과 물질 표면 원자를 기반으로 한 독창적인 방식으로 큐비트를 구현했으며, 단일 원자 큐비트 제어를 넘어 다수 원자 큐비트 제어와 양자 게이트 구현에 성공하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자체적으로 시작된 큐비트 플랫폼은 없었기에, 저희가 ‘새로운 방식의 큐비트 플랫폼’을 개발했다는 점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QNS는 Nature Nanotechnology에 발표한 또 다른 연구를 통해, 단일 원자의 전기쌍극자 모멘트와 자기쌍극자 모멘트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현재 양자 센서 분야에서는 AFM(Atomic Force Microscopy)과 다이아몬드 내 스핀 점 결함을 결합한 방식이 높은 자기장 측정 민감도로 주목받고 있지만, 수십 나노미터 수준의 공간 분해능으로 인해 원자 단위 측정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QNS의 이번 연구는 이 한계를 넘어 1 nm 이하의 원자 수준 공간 분해능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QNS의 궁극적인 목표는 양자역학의 본질을 가장 근본적인 수준에서 실험적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연구단은 표면 위 단일 스핀 원자를 실험 대상으로 삼아, 원자 단위에서 완벽한 제어성과 재현성을 지닌 양자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큐비트의 수를 늘리는 기술적 실용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보다는, ‘큐비트 간 상호작용 과정에서 나타나는 근본적인 양자 현상들’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큐비트의 결과적 활용에 집중해왔다면, QNS는 그 과정 속에 놓쳐왔던 기초적인 물리 현상과 원리를 탐구하며 새로운 과학적 통찰을 추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양자나노과학 연구에서 원자 단위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기술이 크게 주목받고 있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장원준 박사는 이 기술의 진정한 의미는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데 있다"고 강조합니다. “지금 원자를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렸습니다. 이걸 바탕으로 이야기꾼들은 ‘원자를 움직여서 이런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스토리를 쓸 것이고, 그 문화를 습득한 다음 세대는 그것을 기반으로 미래를 설계하겠죠. 지금은 비록 실생활에서 당장 쓸 수 있는 기술은 아닐지라도, 이 한 가지 사실이 사회 전체에 굉장히 큰 파장을 줄 수 있습니다.” “양자의 감동, 예술로 말하다” QNS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는 ‘과학과 예술의 만남’입니다. 센터 내부에는 상주 예술가가 있으며, 과학자와 예술가가 함께 세미나를 열고 영감을 나누며, 양자에서 느낀 감각을 예술로 표현하는 행사 ‘미술 공모전 (Art Contest)’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확대보기 STM 이미지 기반 양자 세계의 예술적 표현 이미지 확대보기 양자 세계를 표현한 초등학생 미술공모전 작품 수상작 센터 라운지 한쪽 벽면에는 초등학생들이 양자 세계를 상상하며 그린 미술 공모전 수상작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원자 단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자유롭게 상상하고 표현한 작품들은, 앞서 언급된 “가능성을 상상하게 할 수 있다”는 말과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원자를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이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게 만든 것입니다. QNS는 이처럼 생각의 전환과 사고의 융합이 연구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핵심 동력임을 믿고 있으며, 과학과 예술이 만나 창조적인 혁신을 실현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탐방연구실 : 이화여자대학교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
글 작성 : 퀀텀웨이브 학생 기자단 : 이성빈 (서울대학교) / 박성근 (고려대학교) / 김한결 (광운대학교) / 박연수 (연세대학교) / 이정우 (한국과학기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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